2016. 세계 경제 전망 속, 中國 활용 전략
“세계 경제라 쓰고, 중국이라 읽는다.”
KOTRA 무역관장들의 조언
기초·첨단기술 한국과 맞먹어
중국 대도시보다 내륙에 기회 있어
현지 자금·유통망 적극 활용해야
인도,
도시화로 건설 인프라 수요
동남아,
한류상품으로 승부 걸만
북미선 자동차 부품 적극 공략을
글로벌 경제 현장에서 뛰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관장 10인이 내린 새해 세계 경제 진단이다. 어디서 사업을 하든 한국 기업의 성패는 중국이란 변수에 달렸다는 얘기다. 심지어 무역관장들은 “중국을 경쟁자로 생각하던 과거 패러다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승천하는 ‘차이나 드래곤’(China Dragon)의 등에 올라타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역관장들은 올해 세계 경제 기상을 ‘흐림’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저유가 지속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김건영 중남미지역본부장(멕시코시티 무역관장)은 “당장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남미 신흥국의 화폐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벌써부터 외국인 투기 자본의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권용석 중동지역본부장(두바이 무역관장)은 “자원 부국인 중동 원유 생산국에도 저유가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며 “중동 국가 정부들이 보조금 삭감, 조세 도입 같은 긴축 정책을 올해부터 줄줄이 시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신흥국·중동지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세계 경제 현장을 휘감는 두려움의 진원지였다. 일본의 기술 경쟁력,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밀렸던 ‘넛 크래킹’(nut cracking·호두까기에
낀 호두) 상태에서 나아가 중국에 기술 경쟁력, 일본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에 밀리는 ‘신(新) 넛 크래킹’ 상황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두영 유럽지역본부장(프랑크푸르트 무역관장)은 “각종 박람회에 가면 중국 부스가 제일 북적거린다. 한국 기업이
기초기술뿐 아니라 첨단기술에서도 중국에 밀렸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겨루려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게 무역관장들의 공통된 조언이었다. 오히려
기세등등한 ‘차이나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두영 본부장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중국 기업을 보면 유럽의 우수한 회사를 인수합병(M&A)한 경우가 많다”며 “한국 기업도 M&A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영웅 아프리카지역본부장(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시장을 개척해서 싸워 이기는 건 과거 수출 전성기 때 패러다임”이라며 “중국 기업과 얼마나 콜래보레이션(협업)하느냐가 아프리카 현지 진출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술력이 부족한데도 저가로 밀어붙이는 일부 중국 자본의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병택 CIS지역본부장(모스크바
무역관장)은 “과거 서방 선진국처럼 기술 노하우를 수출해 중국 기업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활한 중국 현지 시장 공략은 어떻게 해야할까. 정광영 중국지역본부장(베이징 무역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베이징·상하이 같은 대도시 공략만 노리는 건 레드 오션에 뛰어드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연간 수십조원씩을 쏟아붓는 내륙 지역에 기회가 있다. 중국을 단순 생산 기지로 생각하던 데서
벗어나 중국 기업의 자금·유통 네트워크와 적극 결합해 현지화하는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는 또 “중산층이 늘어난 데 주목해 프리미엄 소비재
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인도·동남아와 경기 침체의 긴 잠에서 깨어나는 미국·유럽을 성장의 대안으로 꼽기도 했다. 최동석 서남아지역본부장(뉴델리 무역관장)은 “인도는 급속한 도시화에 따라 건설 인프라 수요가 많다”며 “직접 진출하기 어렵다면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고
공급 사슬망에 들어가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호 동남아지역본부장(싱가포르 무역관장)은 “동남아는 식품·화장품·의류를 중심으로 한 ‘한류’ 상품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중국·일본과 가격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줄 여지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정권을 교체한 미얀마 정부가 근대화 파트너로 한국을 꼽는 등 기회를 잘 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춘 북미지역본부장(뉴욕 무역관장)은 “올해 미국에서만 1800만 대의 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할만큼 북미 지역 ‘메가 트렌드’는 자동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자동차(부품) 업체는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히스패닉과 아시안, 성소수자(LGBT) 같은 틈새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도 주목하라”고 덧붙였다. 정혁 일본지역본부장(도쿄 무역관장)은 “일본의 노인은 한국과 달리 풍족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프리미엄 의료기기, 스마트 가전 등에 기회가 있다”고 내다봤다.